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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보다 어려운, 좋은 교수 찾기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입학설명회에 수천 명의 학부모가 몰렸다. 입학처 직원은 수시전형 변화부터 정시 반영비율까지 세세히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 한 학부모가 손을 들었다. "우리 아이가 경영학과에 입학하면 어떤 교수님께 배우게 되나요?" 담당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답했다. "그건... 입학 후에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 장면이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가장 기묘한 역설을 압축한다. 입학 문턱은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다. 서울대 경영학과 정시 컷라인부터 지원자 대비 경쟁률까지 모든 숫자가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하지만 정작 그 문을 넘어

헤아 · 4분 읽기
SKY보다 어려운, 좋은 교수 찾기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입학설명회에 수천 명의 학부모가 몰렸다. 입학처 직원은 수시전형 변화부터 정시 반영비율까지 세세히 설명했다. 질의응답 시간, 한 학부모가 손을 들었다. "우리 아이가 경영학과에 입학하면 어떤 교수님께 배우게 되나요?" 담당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답했다. "그건... 입학 후에 확인하시면 됩니다."

이 장면이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가장 기묘한 역설을 압축한다. 입학 문턱은 세계에서 가장 투명하다. 서울대 경영학과 정시 컷라인부터 지원자 대비 경쟁률까지 모든 숫자가 실시간으로 공개된다. 하지만 정작 그 문을 넘어선 후 만날 교수진의 질은 완전한 블랙박스다.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교수들의 연구실적, 강의시수, 학력사항은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돼 있다.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정작 학부모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는 어디에도 없다. 이 교수가 학부생에게 실제로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 연구에만 몰두하며 강의는 대충 때우는 것은 아닌가?

문제의 뿌리는 평가 시스템의 설계에 있다. 대학 교수 평가는 연구업적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교육활동과 봉사활동 순으로 구성된다. 연구업적은 논문 편수와 인용지수로 계량화되지만, 교육활동은 강의평가 점수가 전부다. 그마저도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다. 같은 학과 내에서 누군가는 최하위가 돼야 한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정보 접근성이다. 전국 주요 대학들이 수백 회의 입학설명회를 연다. 모집요강, 전형방법, 합격선 예측까지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하지만 교수진 소개는 단순한 프로필(학력, 경력) 수준에 그친다. 실제 수업 방식이나 학생 지도 철학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이 정보 공백을 메우는 것은 사적 네트워크다. 강남 학원가에서는 'SKY별 교수 리스트'가 비공식적으로 유통된다. "○○과 △△ 교수는 학부생 절대 안 받아줌", "□□ 교수 연구실은 대학원생도 피한다"는 식의 정보가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암암리에 공유된다. 공식 채널이 막혀 있으니 소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불투명성은 대학 스스로가 선택한 결과다. 교수의 교육역량을 공개적으로 평가하면 내부 갈등이 커진다.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는 주요 대학들로서는 교육보다 연구에 집중하는 교수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명백하다. 입학 전까지는 모든 것이 투명하지만, 입학 후에는 운에 맡겨야 하는 기형적 시스템이 됐다.

한국 교육의 이 이중구조는 가족의 교육투자 전략마저 왜곡시킨다. SKY 입학까지는 치밀하게 계획하지만, 정작 대학 4년은 블라인드 베팅이 되는 셈이다. 연간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을 내면서도 누구에게 배울지 모르는 상황. 이것이 합리적인 교육 시장인가?

그 입학설명회에서 질문을 던진 학부모는 아마 여전히 답을 찾고 있을 것이다. 자녀의 미래를 좌우할 교수가 누구인지, 그는 좋은 스승인지. 하지만 그 답은 입학 허가서에 적혀 있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뚫고도, 정작 승부처에서는 눈을 감고 걸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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