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내 아이를 고른다
**선별적 보편화의 역설: AI 교육 평등이 만드는 새로운 계급** 2026년 4월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AI 기본교육과정 개발 지원사업'의 선정 결과는 한국 고등교육의 근본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80개 대학이 지원했지만 단 20개교만이 선정되었다. 선정률 25%—이는 SKY 대학 합격률(약 1%)보다는 높지만, '모든 대학생이 AI 기본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정부의 선언적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각 선정 대학은 연간 3억원씩 2년간, 총 6억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20개교 전체로는 12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선별적 보편화의 역설: AI 교육 평등이 만드는 새로운 계급
2026년 4월 23일, 교육부가 발표한 'AI 기본교육과정 개발 지원사업'의 선정 결과는 한국 고등교육의 근본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80개 대학이 지원했지만 단 20개교만이 선정되었다. 선정률 25%—이는 SKY 대학 합격률(약 1%)보다는 높지만, '모든 대학생이 AI 기본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정부의 선언적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 각 선정 대학은 연간 3억원씩 2년간, 총 6억원의 지원을 받게 된다. 20개교 전체로는 120억원 규모의 사업이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철학이다.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AI 기술 활용 능력 및 윤리 확립'을 위한 시책 수립이 법적 의무가 되었다. 법률은 보편적 의무를 규정하지만, 예산 배분은 극도로 선별적이다. 거점국립대 9개교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중심대학 10개교는 애초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미 AI 교육 인프라를 갖춘 상위권 대학들을 배제하고 나머지 대학들 사이에서만 경쟁을 벌이게 한 구조다.
이 설계는 표면적으로는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한국 고등교육 생태계에 새로운 서열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존의 SKY-거점국립대-사립대-지방대라는 4계층 구조에, 이제 'AI 교육 선정대학 vs 비선정대학'이라는 또 다른 분할선이 추가되었다. 선정된 20개 대학의 학생들은 체계적인 AI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졸업 후 노동시장에서 명백한 경쟁 우위를 갖게 된다. 나머지 60개 대학의 학생들은? 법적으로는 동일한 'AI 기본 역량'을 갖춰야 하지만, 실질적인 교육 자원은 제공받지 못한다.
더 깊은 아이러니는 이 정책이 추구하는 목표와 수단 사이의 괴리에 있다. 정부는 'AI 네이티브' 세대를 양성한다며 기술 혁신을 통한 사회 발전을 강조한다. 하지만 혁신의 가장 강력한 동력인 '접근성'과 '다양성'을 정책 설계 단계에서 제약하고 있다. AI 기술이 가져올 미래 사회의 핵심 가치가 개방성과 협력이라면, 그 교육 과정부터 개방적이고 협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20개 대학만이 '선택받은' 교육 기관이 되는 폐쇄적 구조다.
학부모들의 혼란은 여기서 시작된다. 자녀가 AI 시대에 뒤처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학 선택을 고민하지만, 이제 전통적인 대학 서열뿐만 아니라 'AI 교육 지원 여부'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방 사립대라도 AI 교육과정 지원을 받는 대학이 서울 소재 비지원 대학보다 나은 선택일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입시 컨설팅 업계에서는 벌써 'AI 지원대학 리스트'가 새로운 상품으로 등장했다. 2026년 수시 모집에서 이 20개 대학들의 경쟁률 상승은 예정된 수순이다.
정책 입안자들은 아마도 '단계적 확산' 전략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20개 대학에서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면, 이를 다른 대학들에 확산시킨다는 구상 말이다. 하지만 교육 정책에서 '시범 사업' 방식의 한계는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2010년대 '글로컬 대학' 사업, 2000년대 'BK21 사업'은 모두 선정 대학과 비선정 대학 간의 격차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AI 교육 지원 사업 역시 같은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AI 시대의 교육 철학은 무엇인가? 만약 AI가 인간의 창의성과 협업 능력을 더욱 중요하게 만든다면, 교육 정책도 경쟁보다는 협력을, 선별보다는 포용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의 정책 구조는 AI 기술 자체가 추구하는 가치—개방성, 연결성, 학습 능력—와 정반대 방향으로 교육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결국 '선별적 보편화'라는 모순적 개념이 한국 교육 정책의 오래된 딜레마를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 평등을 추구한다고 선언하면서도, 그 평등을 실현하는 방식은 여전히 경쟁과 선별에 의존한다. AI가 가져올 미래 사회가 정말로 혁신적이라면, 그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방식부터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20개 대학을 선택하는 대신, 80개 대학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그것이 진정한 AI 시대 교육 정책의 출발점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