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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아니라 창업을 준비합니다

최근 한 대학 대강당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창업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창업동아리 소속 학생들과 예비 창업자들이 모여 정부의 창업 정책을 직접 들었다. 정부 장관이 직접 대학에 와서 창업 정책을 설명하는 광경. 이 장면은 한국 교육계에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지각변동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시각, 서울 대치동 어느 학원 상담실에서는 여전히 다른 대화가 오가고 있을 것이다. "대학 갈 거냐, 창업할 거냐"는 이분법적 질문. 학부모들은 여전히 대학 진학과 창업을 상호 배타적 선택지로 인식한다. 하지만 대학가의 변화는 이런 인식이 얼마

헤아 · 6분 읽기
대학이 아니라 창업을 준비합니다

최근 한 대학 대강당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창업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창업동아리 소속 학생들과 예비 창업자들이 모여 정부의 창업 정책을 직접 들었다. 정부 장관이 직접 대학에 와서 창업 정책을 설명하는 광경. 이 장면은 한국 교육계에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지각변동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시각, 서울 대치동 어느 학원 상담실에서는 여전히 다른 대화가 오가고 있을 것이다. "대학 갈 거냐, 창업할 거냐"는 이분법적 질문. 학부모들은 여전히 대학 진학과 창업을 상호 배타적 선택지로 인식한다. 하지만 대학가의 변화는 이런 인식이 얼마나 낡은 이분법인지를 증명한다.

한국의 대학들은 이미 창업 생태계의 핵심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정책 연구에서 대학 교육 혁신과 창업 지원이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대학들이 단순한 학위 수여 기관을 넘어 창업 인큐베이터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배후에는 명확한 인센티브 구조가 있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대학 창업 지원을 정책적으로 강화해왔고, 대학들은 정부 정책과 직접 연계하여 학생 창업 지원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대학 방문은 이런 정책-대학 연계 모델의 가시적 결과물이다.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하다. 최근 몇 년간 전국 대학 창업동아리 등록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학 창업 지원 예산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니라 질적 변화가 동반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 대학의 창업 지원은 창업 동아리 운영이나 경진대회 개최 수준에 머물렀다. 지금은 다르다. 정부 정책과 직접 연동되는 체계적 창업 교육과정, 실전 창업 자금 지원, 멘토링 시스템이 구축됐다. 정부 장관의 대학 방문은 이런 정책 연계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의 인식은 왜 이렇게 뒤처져 있을까. 여기에는 한국 입시 제도의 관성이 작용한다. 과거 대학 입시는 '수능-내신-학생부' 3종 세트로 평가됐다. 창업 활동은 학생부 기재 정도의 부차적 의미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학별 자율전형에서 창업 경험을 별도 평가 항목으로 반영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주요 대학들이 창업 및 기업가 활동 경험을 입학 전형에서 별도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창업동아리 활동을 진로탐색 활동 영역에서 평가하는 대학도 증가하고 있다. 대학들이 창업 경험을 갖춘 학생을 선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대학의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이른바 '대학 정원 절벽'이 시작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전국 대학 정원보다 부족한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학들은 단순히 학생을 받아 졸업시키는 것을 넘어, 졸업 후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창업 성공 사례는 대학의 가장 확실한 성과 지표가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창업을 꿈꾸는 학생에게 대학만큼 좋은 인큐베이터는 없다. 정부 창업 정책의 상당 부분이 대학을 경유해서 집행되기 때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 지원 예산 중 상당 부분이 대학 연계 프로그램에 할당되고 있다. 대학을 거부하고 창업하겠다는 학생은 정작 가장 큰 지원 파이프라인을 포기하는 셈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학부모들의 프레임 자체에 있다. '대학 vs 창업'이라는 이분법은 20세기 산업사회의 유물이다. 21세기 지식경제에서 창업은 대학교육의 연장선이지 대안이 아니다. Stanford가 실리콘밸리의 중심인 이유, MIT가 보스턴 창업 생태계의 핵인 이유를 생각해보라.

한국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KAIST는 기업가정신 관련 전공을 운영하고 있고, POSTECH 등 이공계 대학들은 창업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주요 대학들이 창업지원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창업은 대학의 선택 과목이 아니라 필수 역량이 됐다.

그러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대학 갈 거냐, 창업할 거냐'가 아니라 '어느 대학에서 창업할 것인가'. 대학 강당에 모인 예비 창업자들은 이미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대학을 거부한 채 창업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라는 창업 인큐베이터 안에서 체계적으로 꿈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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